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8263)
물불 가리지 않는다. 272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5월 18일)어제도 말했던 요한 하리의 책 >에 따르면, 책이 아니라 화면으로 글을 볼 때 사람들이 내용을 훨씬 적게 기억하고, 대충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인터넷으로 글을 읽을 때 팝업처럼 튀어나오는 광고나 뉴스에 간섭을 받으면 집중력이 부서진다는 것이다. 특히 알고리즘 때문에 범죄, 주식 폭락, 정치 스캔들 같은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는 기사가 더 눈에 띄다 보니 세상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이 더 부각된다. 이 책을 읽다가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에 대한 공감이 급속히 줄어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는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비소설 독서가 정보를 얻는 데 용이하지만, 공감 능..
사유의 시선을 높이면, 우리는 삶을 운용하는 실력도 좋아진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5월 15일) 나는 스승의 날마다, 소환하는 문장이 있다. "학위인사(學爲人師) 행위세범(行爲世範)"이다. '학문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어야 하고, 행실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 안회의 삶을 묘사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북경사범대학의 교훈이기도 하다. 내가 나온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의 어원이다. 좀 더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배워서 남의 선생이 되고, 배운 바를 실천하여 세상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나도 실천하고 싶다. 교육자는 학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실에 있어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인성(人間性)을 갖추지 못한 교사가 나가면 지식 전달자이지 선생이 아니다. 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우리는 봄비를 '먼지잼' 또는 '는개비'라 부른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내가 아는 곡인무영 스님의 담벼락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만났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 애써 해" 콩나물을 다듬으시면서 할머니가 하신 말이라 한다. 그래 실 같은 봄비가 내리는 한적한 월요일 오후였던 어제, 나는 황산벌에 있는 선배님의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각자 와인을 한 병 씩 가지고 와, 주님을 모셨다. 밭둑의 검은 비닐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귀를 간지럽게 했다. 황산벌은 논산시 연산면 산양리 일대이다. 영험한 계룡산 줄기가 연이어 둘러싸고 있다 하여 연산(連山)이라 부른다. 우리는 봄비를 '먼지잼' 또는 '는개비'라 부른다. 겨우 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의 비라는 표현이다.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
'오늘도 세월 따라, 인연 따라 살아간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산책시간 따라 생로병사의 고통이 일어나니, '탐진치(貪瞋痴)'의 '삼독(三毒)을 지혜로 버리고, 인연 따라 흥망성쇠, 희로애락을 받아들이며 산다는 말이다. 그러나 '6바라밀'로 에고의 희로애락을 관리하면서. 바람 불면 파도가 일고, 바람 그치면 명경지수(明鏡止水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가 되면서 항상 그 자리가 그 자리이듯이,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새로운 아침을 경이(驚異 놀라움)로 받아들이며 용기를 얻는다. 바르게 사는 사람은 삶 앞에, 문제 앞에 용기 있게 서는 사람이다. 이렇게 다짐해 본다. 올바르게 살기 힘든 세상에서, 그래도 바르게 살고자 하는 용기를 주소서(봉 꾸라쥐)! ‘탐진치’로 가득한 '내 안의 감옥'을 탈출..
'포공구덕(蒲公九德)'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집 주변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는 여지없이 민들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노란 꽃이 보이더니 이제는 탐스러운 씨방들이 제법 보인다. 민들레 씨앗은 바람만 잘 만나면 1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씨앗과 씨앗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줄로 서로를 붙잡고 있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힘을 빌려 민들레 씨앗은 ‘제2의 탄생’을 꿈꾼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처럼, 민들레 씨방에서 마지막까지 가는 실로 연결되어 버티던 씨앗들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길을 떠나고 있다. 나도, 민들레 씨앗처럼, 어디선가 희망의 바람이 불어와 나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6년전 오늘 글이에요 .내가 즐기는 폐북을 나는 동네 "마을회관"으로 여긴다. 근데, 최근에 선거에 나오신 후보들과 관련자들이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우리 동네 서당 선생님처럼, 한 마디하고 싶다. "물건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사리를 통하여 그 먼저 할 것과 뒤에 할것을 알면, 도(道, 머리를 밝혀가는 중에 만나는 그 길, 지혜)에 가까워진다" 중심과 부분, 근본과 말단, 일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아는 것이 격물(格物)이고, 이러한 격물을 통하여, 먼저 할 것(先)과 뒤에 할 것(後)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지(致知)'이다. 이게 그 어려운 '격물치지'란 말이다. 여기에 "'격'자가 나온다. 품격.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고민하며, 격물치지를 이루며 일을 할때 '격..
누구에게나 ‘빚 감정’이 있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누구에게나 ‘빚 감정’이 있다. 어떤 부채는 평생을 두고 갚아도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살아 있음이 죄가 돼서 빚은 그 크기를 자꾸 늘린다. 늘 삶의 가장자리로만 조심히 걸었다. 그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고인다. 신은 죽었고, 하나님은 거리의 죽은 얼굴들 속에서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김준태 시인) 그 때 난 대학교 3학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bLhf7n2bE 바위섬/배창희 작사·작곡 김원중 노래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3) 매너는 ‘삶의 방식’이다. 옷 잘 입고 테이블 매너에 능숙하다 해서 매너가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매너란 마음과 인격 그 자체다. 자제심과 성실성, 적당한 유머, 자존심까지도 갖추고 있어야만 좋은 매너가 나온다. ‘매너’와 ‘에티켓’의 차이를 따져보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에티켓이 ‘형식’이라면 매너는 그를 ‘일상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박한표 원장은 “매너란 사람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습관이나 몸가짐을 뜻한다. 아무리 에티켓에 부합하는 행동이라도 매너가 나쁘면 품위 있는 인간으로 대접받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웃어른에게 인사하는 그 자체는 ‘에티켓’이지만 경망하게 하느냐 공손하게 하느냐는 매너의 문제라는 것. 그 때문에 프로급 매너 컨설턴트들은 파티 매너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칭..